▲6일부터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거래가 24시간 가능해진다.
오는 6일부터 외환시장이 24시간 운영된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되면서 환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변동성 확대로 오히려 더욱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원·달러 환율은 1501.6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8년 1분기 이후 분기 환율이 1500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원인으로는 올해 156조원을 넘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꼽힌다. 역대급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수출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있음에도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해외로 대거 송금하면서 발생한 충격을 상쇄하지 못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여력이 100조원 가량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일일 수조원씩 매도하는 중이다.
◇ 새벽 시장 충격·NDF 거래 흡수
낙관론을 펼치는 쪽에서는 시차 등으로 거래가 힘들었던 원화의 제약이 풀리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여기에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수요가 역내로 들어오는 점이 포함된다.
야간 시장에서 벌어진 사건의 여파가 서울 장 개시 시점에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변동성 확대를 야기했던 일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한 뒤 야간 정규장에서 해외 뉴스를 실시간으로 흡수한 것이 단층 현상을 일부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야간 거래량이 늘어나고 인프라가 개선되면 장기적인 변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 연구원은 수출·입 기업이 실시간으로 형성되는 가격 정보를 토대로 환 헤지 전략을 고도화하는 등 민간 부문의 환리스크 관리 비용을 낮추고 외환 거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내년 초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 도입 등 거래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거래의 중심축을 투기적 거래에서 실수요 기반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 펀더멘탈 한계·’부메랑’ 우려
▲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 추이.
문제는 원화에 대한 수요 자체가 적다는 데 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3% 상승했는데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8% 가까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부담, 일본 엔화와의 동조화를 고려해도 G20 통화 중 원화 보다 약세 폭이 컸던 것은 터키 리라화가 유일하다는 점도 언급된다.
코스피가 8000을 오가는 수준으로 높아졌으나, 거주자외화예금은 2개월 연속 전월 대비 확대됐다. 임 연구원은 내국인 해외 투자가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1~4월 재투자수익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124% 급증했다.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 쌓아놓은 외화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국내로 외화를 들여오는 대신 총 3500억달러 상당의 대미투자를 위한 ‘실탄’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글로벌 충격에 24시간 노출되는 점도 언급된다. 이미 야간 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30% 이상 커진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런던장 마감 이후 시장 참여자가 급감하면서 유동성이 감소한 상황에서 굵직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과잉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한국 외환시장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나아가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문제로, 충격의 실시간 노출과 얇은 야간 유동성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요구할 것”이라며 “재정경제부가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에서 제시했던 각종 시스템 구축과 제도 정비로 면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