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약 758억1900만달러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이 약 10개월 반 만에 1400원 아래로 내려온 가운데 시중은행에 달러예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환율 하락세에 향후 재상승을 고려한 기업과 가계의 안전자산 예치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시장에선 연말까지 환율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가운데 달러예금 수요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약 758억19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694억7700만달러에서 이달 들어 63억4200만달러 급증했다. 19일 환율 기준으로 보면 약 8조9000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시중은행 5곳의 달러예금은 이란 전쟁이 시작된 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 3월 차익실현 수요가 몰리면서 600억달러대 밑으로 내려왔다. 이후 점차 증가세를 보이다 5월 630억달러대로 올라왔고, 6월 650억달러, 지난달 700억달러대로 늘었다.
증가폭 확대가 이어지는 와중 이달 들어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증시의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향후 리스크에 대비해 안전자산에 예치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21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1원 내린 1386.50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은 지난 19일 이후 사흘 연속 1400원 미만을 유지 중이다. 1400원 미만 환율을 기록한 건 지난해 10월 2일(1399.5원)이후 약 10개월 반 만이다.
환율 하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감에도 달러화가 이전처럼 강세를 나타내지 못하자 원화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점도 가세했다. 국내 수급 측면에선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까지 꾸준히 늘면서 환율 하락 압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선 이런 흐름이 지속되는 한 하반기 환율 하락세와 달러 예치 수요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급 변화로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에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 전망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4분기 원·달러 평균 전망치를 1410원으로 제시한 가운데 연말까지 일별 적정 레인지는 1340~152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문 연구원은 “환율 하락이 추가로 달러 매도를 가속화하고 환헤지 비중을 높이면서 다시 환율을 낮추는 연쇄 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나 엔화와는 별개로 원화 고유의 수급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 약화로 인해) 빅피겨 1400원이 돌파된 이상 단기적으로 하락 모멘텀이 더 이어질 것”이라며 “1300원대 중반까지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