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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통합발전사 한전에서 분리되면, 한수원은?

정부가 발전자회사 통합을 검토하면서 전력산업 구조 전반에 ‘지각변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한국전력공사와 통합발전사, 한국수력원자력 간 권한과 역할 재편, 나아가 원전·재생에너지 사업 구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발전자회사 통합은 관련 법안(발전공사법안)이 6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한전의 발전자회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 발전)들은 한전의 100% 자회사 구조이다. 이들이 통합돼 단일 법인 또는 별도 독립체로 재편된다면 지분은 여전히 한전 소유가 되지만, 지위는 사실상 한전과 대등한 사업자로 격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부 법안에는 정부가 통합발전사의 한전 지분을 모두 사들여, 직접 지배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는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유지돼 온 ‘한전 중심-발전자회사 종속’ 구조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큰 변화다.

업계에서는 “발전사가 통합되면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이 커지면서 전력시장 내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한전의 전통적인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전, 주도권 내려놓을까…“결국 정부 의지”

관건은 한전이 이 같은 구조 변화를 얼마나 수용할지다.

발전자회사 통합은 곧 한전의 지배력 축소를 의미하는 만큼 한전 내부적으로는 부담과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연료 조달, 전력판매, 투자 의사결정 등에서 영향력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정책적 판단이 내려질 경우, 한전이 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라면 갈등이 불가피하지만 공기업은 결국 정책 방향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전자회사 통합 논의는 자연스럽게 한수원의 지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발전자회사들이 통합돼 독립성이 강화된다면 한수원 역시 자회사 구조에서 벗어나 별도 독립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정부가 원전 수출을 한전 중심으로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한수원 수장이 한전 출신 인사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오히려 한전-한수원 협력 강화 흐름이기 때문에 독립 논의가 본격화되긴 어려운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변수…“수력 등 재생에너지는 통합 발전사로 이관해야”

발전사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중장기 변수는 ‘에너지 믹스 재편’이다.

통합 발전사는 규모를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재정립하게 되는데, 글로벌 흐름과 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의 사업 영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한수원은 원자력 외에도 수력, 양수 등 일부 재생에너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 발전사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하게 될 경우, “수력 등 비원전 사업은 통합 발전사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한수원을 ‘원전 중심 기업’으로 재정립하는 시나리오와 맞닿아 있다.

실제 5개 발전자회사 노조에서는 통합이 된다면 석탄과 LNG발전의 퇴출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발전설비 규모 유지를 위해 수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들은 통합발전사가 모두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전사 통합의 본질은 ‘전력산업 재설계’

공기업계에서는 발전사 통합 논의는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전력산업 구조 전반을 다시 짜는 문제인 만큼 한전 중심 체계를 유지할 것인지, 발전 부문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시장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전의 역할(판매·계통 중심 vs 지주회사형) △한수원의 위상(원전 특화 vs 종합 발전사) △재생에너지 투자 주체(통합 발전사 vs 분산 구조) 등 핵심 쟁점이 동시에 얽혀 있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진두지휘했던 손양훈 교수는 “원래는 5개 발전자회사 일부를 민영화할 목적으로 분할한 것인데 흐지부지되다보니 결국 다시 합쳐도 상관없다는 논의가 설득력을 얻은 것 같다”며 “아마도 한전과 한수원, 통합발전사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이며 모-자회사 관계도 당분간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결국 이번 논의는 ‘누가 전력을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한국 전력산업을 어떤 구조로 가져갈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