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컨퍼런스 미디어 브리핑’에서 발표자들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전 세계적으로 항공과 해운 산업의 탈탄소화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지속가능항공유(SAF)와 친환경 선박 연료 확보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 단위의 ‘에너지 안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SAF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폐식용유(UCO) 기반 해파(HEFA) 공정의 원료 공급 한계가 지적되는 가운데 곡물 기반의 바이오 에탄올을 항공·선박 연료로 변환하는 ‘알코올 투 제트(ATJ, Alcohol-to-Jet)’ 기술이 미래 시장을 주도할 게임 체인저로 조명받고 있다.
30일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USGC)는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컨퍼런스’에 앞서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개최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글로벌 바이오연료 시장의 패러다임이 진화했다고 입을 모았다.
에머슨 워렌베르크 S&P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디렉터는 세계 바이오 연료 시장이 탄소 감축 이전에 에너지 안보와 안정적 연료 공급이라는 국가 전략에서 출발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구 증가세 둔화와 1인당 단백질 소비의 안정화, 도시화의 정체로 식량 수요는 둔화하는 반면 유전자 편집·AI 등 첨단 기술 발달로 농업 생산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구조적 과잉 공급 시대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또한 전동화와 연비 향상의 영향으로 육상용 휘발유 수요는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항공 부문의 제트유 수요는 지속 팽창하고 있다.
에머슨 디렉터는 “전 세계 바이오 연료 소비의 64%를 차지하는 가장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탄올이 기존 도로용 연료를 넘어 SAF의 핵심 원료로서 농업계의 잉여 물량을 해소하고 탈탄소화를 견인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업계의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SAF가 필수적이나, 당장 2030년을 기점으로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가 예고됐다.
에린 하이트캄프 지보(Gevo) 부사장은 리스타드 에너지 데이터를 인용해 현재 글로벌 SAF 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폐식용유(UCO) 기반 HEFA 공정은 항공·도로·해운 부문이 한정된 원료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며 철저한 공급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때문에 기존 에탄올 생산 시설과 석유화학 공정을 그대로 활용해 초기 투자비를 줄이고 대규모 확장이 가능한 ATJ 방식만이 이 거대한 공급 간극을 메울 유일한 대안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ATJ의 친환경성은 까다로운 국제 표준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실무 그룹 소속인 파르자드 타헤리푸르 퍼듀대 연구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산 옥수수 기반 ATJ SAF의 탄소 집약도(CI)는 72.8 gCO₂e/MJ로 기존 화석 항공유(89 gCO₂e/MJ) 대비 18.2% 낮다. 이로써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ICAO CORSIA)의 적격 연료 기준을 이미 충족한다.
하이트캄프 부사장은 탄소 포집·저장(CCS)과 기후스마트농업(CSA), 재생 에너지 전력 활용 등 기술 혁신이 더해지면 탄소 집약도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낮춰 국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마이너스 탄소 집약도와 경제성은 사실상 대규모 옥수수 농장과 탄소 포집(CCS) 파이프라인이 완비된 미국 본토에서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만약 한국 정유사가 미국산 에탄올을 수입해 국내 공장에서 ATJ SAF를 생산한다면 태평양을 건너오는 물류 배출량과 한국의 다소 열악한 CCS 인프라 탓에 탄소 감축 효과가 훼손될 우려가 존재한다. 본지는 지보의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 내 자체적인 밸류체인 구축 아닌 미국에서 만든 완제품 SAF를 고가에 구매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에린 하이트캄프 부사장은 “미국 노스다코타 시설에서 생산된 저탄소 에탄올을 수출해 한국 내 ATJ 시설에서 국내 기업들이 SAF를 생산하는 시나리오 역시 우리가 추진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부합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미국 농가들이 채택한 ‘재생 농업’을 통해 1차적으로 옥수수 원료 자체의 탄소집약도를 일반 농가 대비 10포인트가량 낮췄고, 발효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미국 현지에서 이미 포집·저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막대한 탄소 감축 가치가 이미 내재화된 에탄올을 통째로 수출하는 것이므로, 태평양 횡단에 따른 물류 배출량을 상쇄하고도 한국의 탈탄소 목표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주호 IATA 연료공급망 매니저는 항공사 입장에서 SAF가 ‘생존과 리스크 관리’의 대상임을 강조했다. 2026년 기준 전 세계 SAF 생산량은 전체 항공유 소비의 0.8%에 불과하다. 일반 항공유의 3~4배에 달하는 가격 프리미엄은 영업이익률이 2~3%대에 불과한 항공사들에게 치명적이다.
김 매니저는 “유럽처럼 단순 의무화만 밀어붙이면 막대한 비용이 항공사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정부의 투자 보조금과 생산 세액공제 지원과 함께 물리적 연료 이동 없이 환경적 가치만 분리 거래하는 ‘북앤클레임(Book-and-Claim)’ 제도를 통해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앤클레임 제도는 장부상으로만 환경 가치를 거래한다는 특징이 있다. 항공사들은 SAF를 2027년부터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국적 항공사들이 굳이 막대한 투자비가 투입된 비싼 국내산 SAF를 외면하고 보조금으로 저렴해진 미국이나 유럽 공장의 SAF를 장부상으로만 구매하게 될 경우 결국 한국의 자체적인 SAF 생산 인프라 투자는 동력을 잃고 산업의 공동화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에 김 매니저는 “북앤클레임의 1차적 목적은 서산에서 생산된 SAF를 굳이 인천공항까지 육로로 운송하는 비효율을 없애고, 인근 공항에 공급하되 환경적 혜택 크레딧만 인천 운항 항공사가 구매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 제도가 전 세계 레벨로 당장 열리면 이제 막 산업을 육성하려는 한국 같은 초기 국가가 단가 경쟁에서 밀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유럽연합(EU) 내에서도 북앤클레임은 아직 신중하게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초기에는 전기차 도입 때처럼 한국 정부가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해 강력한 보조금 등 정책적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후 산업이 성숙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오히려 한국이 불필요한 실물 수출 없이 타국에 SAF 권리를 판매하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강력한 탈탄소 규제(2040년까지 70~80% 감축)에 직면한 해운 업계 역시 바이오에탄올을 주시하고 있다.
콰임 초드리 미국선급협회(ABS) 수석 엔지니어는 “해운업계가 암모니아와 그린 메탄올을 차세대 연료로 주목하고 있으나 에탄올은 황(SOx) 배출이 없고 해상 유출 시 수중에서 빠르게 생분해돼 환경 영향이 적다”고 했다.
특히 수소나 암모니아 대비 다루기 쉬운 저인화점 연료로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암모니아와 달리 여객선이나 크루즈에서도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어 윈지디(WinGD) 등 메이저 엔진 제조사들이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에탄올 추진 엔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글로벌 조선·해운 시장의 친환경 벙커링 인프라 투자는 이미 ‘그린 메탄올’과 ‘암모니아’ 이중 연료 추진선으로 완전히 쏠려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경제성과 생산 인프라 등 표준 선점 경쟁에서 한참 밀린 선주들이 기존 메탄올 선박 발주를 포기하고 에탄올 추진선으로 선회하게 만들 만한 압도적인 자본 지출(CAPEX) 절감 효과나 규제 회피 측면에서의 차익이 존재하는지와 메탄올 공급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틈새 성격의 ‘플랜 B’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초드리 수석 엔지니어는 “현재 시장에서 선주들이 메탄올을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당장 저렴하기 때문인데 이는 화석 연료 유래의 ‘그레이 메탄올’에 한정된 이야기”라며 “향후 진정한 탈탄소 규제를 충족할 ‘그린 메탄올’은 결코 가격이 싸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반면 에탄올은 태생적으로 식물에서 유래한 재생 연료이므로 다가오는 선박 탄소집약도지수(CII) 등 강력한 해사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본질적으로 훌륭한 탈탄소 옵션”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에탄올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독성 문제를 꼽았다.
그는 “차세대 무탄소 연료로 각광받는 암모니아는 치명적인 맹독성을 지녀 크루즈선이나 대형 여객선처럼 수천 명의 인명이 탑승하는 선박에서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끔찍한 대재앙으로 이어진다”며 “이 때문에 여객선 등 특정 세그먼트의 선주들은 암모니아를 꺼려 독성이 없고 안전한 에탄올과 메탄올을 플랜 A로 훨씬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에탄올 추진선은 이미 수백 척이 운항 중인 메탄올 선박과 설계 및 취급 특성이 매우 유사해 기존 기술을 쉽게 차용할 수 있어 인프라와 공급망만 뒷받침된다면 플랜 B가 아닌 주력 연료로 도약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상병인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청정에너지연구원장)는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기존 정유 공정에 바이오 원료를 소량 섞는 ‘코프로세싱’으로 당장의 의무화만 버티려 하고 있는데, 이는 최대 5% 혼합이 한계라 2030년까지만 유효한 한시적 방편”이라고 꼬집었다.
상 교수는 “한국 역시 바이오 에탄올 정책을 도로용에서 SAF·해운 연료까지 확장하는 국가적 통합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매년 발생하는 농업 부산물(200만~300만 톤), 산림 간벌목(300~400만 톤) 등 미활용 바이오매스를 에너지화하기 위해 자원이 어디서 발생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추적하는 국가적 물류 데이터 베이스와 기초 인프라 선행 투자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향후 연료 경쟁력의 척도가 될 CI의 객관적 산정을 위해 한국 독자적인 전 과정 평가(LCA) 모델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고도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