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사업부 2사업단장이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빌딩 3층 오디토리움에서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한화 테크 아카데미 2026’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K-방산이 세계 무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마진율이 높고 지속적인 소모품 수익을 창출하는 정밀 유도 무기(PGM, Precision Guided Munition)를 세트로 묶어 파는 ‘패키지 수출(K-방산 2.0)’ 시대로 본격 진입한다. 이는 K-9 자주포·다연장 로켓 천무·국산 전투기 보라매(KF-21) 등 무기를 쏘아 올리는 ‘발사 플랫폼’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겠다는 포부인 만큼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 향배에 이목이 집중된다.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빌딩 3층 오디토리움에서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화 테크 아카데미 2026’을 열고, PGM 사업부가 주도하는 첨단 항공 무장·스마트 탄약 국산화 청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강단에 선 백기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사업부 2사업단장은 확고한 비전을 밝혔다.
백 단장은 “대한민국의 자주 국방과 K-방산 4대 강국 진입을 위해 KF-21과 같은 국산 전투기에 순수 대한민국 항공 무장을 탑재하기 위한 고효율 덕티드 추진 기술을 철저히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다.
‘K-장약의 아버지’라 불리는 손현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사업부 4사업단장 역시 “재래식 155mm 포탄에 유도 기능을 접목한 첨단 포탄 기술들은 대한민국 국방 전략의 미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적 스텔스기도 회피 불가”…2036년 양산될 ‘한국형 미티어’
첫 번째 테마는 4.5세대 국산 전투기 KF-21의 완벽한 ‘무장 독립’을 이끌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그 심장인 ‘덕티드 램제트(Ducted Ramjet)’ 엔진 기술이었다.
우리 공군은 1949년 창설 이래 1970년대 500파운드급 MK82 폭탄 면허 생산을 거쳐 KF-21 자력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미사일은 1950년대 미국산 팰컨(AIM-4)을 시작으로 줄곧 외산에 종속돼 향후 전투기 수출 시 해당 무기 제조국의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치명적인 족쇄가 남아있었다.
조복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연구소 체계종합1팀 책임은 “현존 최고 성능인 유럽 MBDA사의 ‘미티어(Meteor)’에 적용된 덕티드 램제트 기술을 적용해 독자 미사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일반 고체 로켓은 산화제(80%)와 연료(20%)를 모두 내부에 탑재해야 하지만, 덕티드 램제트는 비행 중 흡입한 외부 공기를 산화제로 쓴다. 그 빈 공간만큼 고체 연료를 가득 채워 사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다.
▲29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3층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테크 아카데미 2026’에서 조정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추진탄약1팀장이 ‘덕티드 램제트 추진 기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조정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연구소 추진탄약1팀장은 자사가 1973년 백곰 지대지 미사일부터 1989년 구룡 다연장 로켓, 최근 천궁과 천무를 거쳐 배회형 정밀 유도 드론(RPGW)까지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고체 추진 기관 전문 기업임을 강조했다.
그는 “덕티드 램제트는 초기 가속용 ‘무노즐 부스터’로 초음속에 도달한 뒤 ‘포트 커버’를 열어 유입된 공기와 ‘가스 발생기’에서 뿜어진 기체 연료를 폭발시켜 추력을 낸다”며 “종말 단계까지 마하의 초음속을 유지해 적기가 물리적 기동만으로는 피할 수 없는 게임 체인저”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2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관련 기술을 축적해 왔다. 국내 유일의 산화제 자체 제조 시설, 99.9% 신뢰도를 요구하는 포트 개방 화약(파이로) 장치 기술, 대전 사업장의 대규모 생산 설비 등을 완벽히 내재화했다. 이날 행사장에 공개된 설명 패널에 따르면 한화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 개발을 완료하고, 2036년 이후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초음속 공대함-II, 공기흡입식 다연장 등 5대 유관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기자들의 기술 질의도 이어졌다.
초고속 비행 시 공기 유입으로 엔진 불꽃이 꺼지는 문제(플레임 아웃)에 대해 조복기 책임은 “영하 55도의 저온과 수백 도의 마찰열을 견디는 고도의 체계 종합 기술로 한계를 돌파하고 있다”고 답했다.
러시아 킨잘·이스칸데르 같은 극초음속 타격에 대한 질문에는 “덕티드 램제트를 넘어 마하 5 이상 스크램제트 기반의 ‘하이코어(Hycore)’를 ADD와 선행 연구 중이며, 19개 대학과 75개 산학연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1발 1억 美 ‘엑스칼리버’ 한계 넘는다…우크라戰 교훈 담은 스마트 포탄
두 번째 테마는 K-9 자주포를 수직 정밀 타격 무기로 탈바꿈시킬 155mm 첨단 탄약 기술이었다.
김정훈 추진탄약2팀장은 “M549·XM1213과 같은 기존의 로켓 추진탄이나 항력 감소탄인 K307을 넘어 이제는 사거리 증가에 따른 탄착 오차를 줄여 소량의 탄약으로 표적을 제압하는 지능형 포탄이 필수”라며 투트랙 솔루션을 공개했다.
첫째는 ‘정밀 유도 포탄(155mm PGM)’이다. 길이 1m 이내, 중량 50kg 이하로 K9에서 발사된 후 공중에서 날개를 펴 통합 항법(GPS+INS)으로 유도 비행해 표적을 수직 타격(준수직 입사)한다. 2014~2019년 선도형 핵심 기술 개발을 마쳤으며 2026~2028년 탐색 개발, 2029~2032년 체계 개발을 거쳐 2033년 이후 전력화된다.
둘째는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한 ‘탄도 수정 신관(CCF)’이다. 기존 재래식 포탄의 앞부분(신관)만 교체해 유도 기능을 부여하는 마법 같은 무기라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 전언이다. 2009년부터 선행 연구를 이어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 말까지 자체 개발을 마친 뒤 2026~2031년 체계 개발을 거쳐 2032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사거리가 50km로 늘어나면 일반 포탄은 300m 이상의 오차가 생기지만 CCF를 장착하면 50m 원 안에 정확히 꽂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9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3층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테크 아카데미 2026’ 현장에 전시된 ‘한국형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탄도 수정 신관’, ‘정 밀유도 포탄’ 모형.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이어진 질의응답은 단연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으로 쏠렸다. 1발당 1억 원에 달하는 미국산 유도포탄 ‘엑스칼리버’가 러시아의 강력한 전파 교란(재밍)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지적에 김 팀장은 “우리 군은 초기부터 적의 강력한 재밍 위협을 상정해 고도의 ‘항 재밍(Anti-Jamming)’ 성능을 요구했고, 당사는 관련 구성품 개발을 마쳤다”고 강조했다.
단가가 높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단 1발로 목표를 제압하면 포탄뿐 아니라 비싼 추진 장약의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포신 마모까지 방지해 종합적인 경제성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했다.
경쟁사인 풍산의 사거리 연장탄과의 차별점으로는 ‘능동적 궤도 수정 제어’ 유무를 꼽았다.
다만 김 팀장은 “초고압·고충격을 견뎌야 하는 관성 항법 장치(INS) 등 극소수 전자 부품은 아직 제한적인 해외 국가에 의존하고 있어 자체 국산화를 적극 추진 중”이라며 한계를 짚기도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