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감독원 추진에 발전업계 긴장 “AI 감시·출력제어 규제 부담 커질 것”

전력감독원 추진에 발전업계 긴장 “AI 감시·출력제어 규제 부담 커질 것”

▲국내 전력 계통망 운영을 총괄하는 전력거래소의 종합상황실 모습. 사진=전력거래소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발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계통 운영 복잡성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독립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AI 기반 시장 감시와 출력제어 관리 강화, 이중 보고 체계 등으로 사업자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정치권, 전력업계 안팎에서는 전력감독원 신설을 전제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정책실장·비서실장 라인에서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실제 출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대응”…전력거래소 이중 역할 한계 지적

정부는 현재 전력시장 구조가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한전 등) 사이에서 공정한 전력 도매 거래가 이뤄지도록 돕고, 실시간 전력수급 균형과 계통 운영을 통해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기관이다. 주요 역할은 전력시장 운영, 전력계통 운영, 실시간 급전, 전력수급계획 수립 지원 등이다. 즉, 시장 운영자이자, 감시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이중 역할’ 구조로는 독립적 감독 기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계통 운영, 출력제어, 시장 감시 관련 규정이 기관별로 분산돼 있어 중재 기능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전력감독원과 유사한 감독기구 신설 논의는 2013년과 2021년에도 추진됐지만, 기존 조직 반발과 기획재정부 반대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6개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공통적으로 전기위원회 권한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감독기구 신설 여부와 권한 범위는 법안마다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는 특히 허성무 의원안과 서왕진 의원안을 핵심 법안으로 보고 있다.

서왕진 의원안은 감독원 권한과 정부 기속 조항을 대폭 강화한 강경 모델에 가깝다. 반면 허성무 의원안은 현실적인 구조라는 평가를 받지만 감독 권한 자체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전력감독원을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로 설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조직 규모는 약 130명 수준이 검토된다. 이 가운데 약 30명은 한전과 전력거래소 인력을 차출하고, 나머지 100명 안팎은 신규 박사급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내부에서도 이미 파견 및 전출 대상 검토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향후 발전공기업 통폐합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운영·정산·계통 관련 조직 일부가 감독원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발전업계 “AI 감시·출력제어 규제 부담 커질 것”, “한전 재무 정상화는 긍정적”

발전업계는 감독원 출범 이후 직접적인 규제 대상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시장 감시 시스템 구축, 실시간 데이터 제출 의무, 출력제어 이행 여부 감시, 운전방식 관련 규제 등이 강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와 감독원에 동시에 보고해야 하는 ‘이중 보고 체계’가 만들어질 경우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사업자 분담금 부과 등을 통해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 정책 방향이 점차 공기업 중심으로 회귀하는 분위기”라며 “민간 역할 축소와 규제 강화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감독원 신설이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변전망 건설 지연이나 발전제약 문제에 대해 독립적인 검증 기능이 강화될 경우 시장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요금 결정 구조의 독립성이 강화되면 한전 재무건전성과 정산 안정성이 개선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장기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가 정상화될 경우 발전기 가동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일부 존재한다.

◇“시장 효율화냐, 관치 강화냐 갈림길”

결국 전력감독원은 향후 국내 전력시장이 ‘독립적 규율 체계’로 진화할지, 아니면 정부 개입이 더욱 강해지는 ‘관치형 시장’으로 이동할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감시 강화 자체는 필요하지만, 감독과 규제가 동시에 강화될 경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며 “전력감독원이 시장 안정 장치가 될지, 또 다른 규제기관이 될지는 향후 설계 방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