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 상황’ 피한 삼성전자, 노사 ‘극적 타결’ 화답할까

‘최악 상황’ 피한 삼성전자, 노사 ‘극적 타결’ 화답할까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디바이스솔루션(DS) 피플팀장(왼쪽 사진)과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을 앞두고 ‘극적 합의’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최종선택에 이목이 집중된다.

정재계가 총출동해 양측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게 조력하고 있는데다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도 직접 메시지를 내며 ‘화합’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사측이 제시한 위법 쟁의행위 금치 가처분 신청도 법원이 일부 인용한 상태라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8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디바이스솔루션(DS) 피플팀장과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노위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이번 협상은 파업을 앞두고 양측이 대화를 나누는 마지막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차 사후조정는 11∼12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2차 사후조정의 종료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물리적인 시간 등을 감안하면 19일 최종 결론이 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이날 “(오늘) 오후 7시까지 회의를 하고 내일 오전 10시 다시 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변수는 법원이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에 일부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일부 인용됐다.

수원지법 민사 31부는 안전보호시설 및 시설 손상 방지, 제품 변질 방지를 위한 인력 투입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이날 결정했다. 초기업노조와 최승호 위원장에 대해서는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시설에 잠금장치를 설치하거나 근로자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도 못 하도록 제한했다.

이는 사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노조의 파업 방식에 법적인 제약이 가해지게 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법원의 판결로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의 확산과 장기화라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여기에 노조 내부 잡음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해 노사간 협상에 속도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냈다는 점도 노사가 눈여겨보고 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올렸다.

그는 “노동자는 노무 제공에 대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 이윤에 몫을 가진다”며 “한때 제헌 헌법에 노동자의 기업이익 균점권이 규정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며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덧붙였다.

노사를 향해 일방적인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타협점을 모색하라는 압박 메시지로 해석된다. ‘기본권 제한’을 언급한 점은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거론한 ‘긴급조정권’ 발동 등 정부의 대응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대국민 사과’ 입장문을 읽고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이 회장은 내부 문제로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노조에는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이 회장도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면서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봅시다”라고 당부했다.

경제계도 이날 삼성전자 노사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국가 핵심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노조는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결정적 시기에 감행되는 대규모 파업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적 기회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파업 강행 시 생산 차질로 글로벌 공급망 내 신뢰 훼손, 고객사 이탈, 국가 신용도 하락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