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의 살인자’ 첫 폭염 중대경보…고령층·기저질환자 ‘빨간불’

‘침묵의 살인자’ 첫 폭염 중대경보…고령층·기저질환자 ‘빨간불’

▲12일 오전 10시를 기해 경북 포항과 경산에 사상 처음으로 폭염 중대경보가 발표됐다. 사진은 폭염 경보가 발효된 지난 11일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도로를 지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오전 10시를 기해 경북 포항과 경산에 사상 첫 ‘폭염중대경보’가 발표됐다. 폭염중대경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 ℃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된 지역에서, 일 최고 체감온도가 38 ℃ 이상 또는 일 최고기온이 39 ℃ 이상인 상황이 하루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지는 최고 단계의 위험 특보다.

이처럼 극한의 더위가 닥쳤을 때, 어떤 이들이 특히 위험한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폭염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폭염은 모든 사람에게 위험하지만, 신체적·행동적·사회적 요인에 따라 특히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 취약 계층이 존재한다.

우선 고령층이다. 노인은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열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하다. 실제 과거 폭염 사례에서 희생자의 상당수가 빈곤층의 고립된 노인이었다 .

두 번째는 야외 노동자 및 농업인이다. 건설 현장 노동자나 밭일을 하는 농업인은 직사광선에 직접 노출된다. 생계를 위해 작업 중단이나 휴식을 제때 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어 인명 피해 위험이 매우 높다.

세 번째는 기저 질환자다. 심혈관 질환자는 열로 인해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받게 된다. 또한 만성 콩팥병 환자는 탈수로 인해 신장 기능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네 번째는 특정 약물 복용자다. 향정신성 의약품, 이뇨제, 항히스타민제 등 항콜린성 작용을 하는 약물은 체온 조절 경로에 영향을 주거나 땀 분비를 억제하여 고열 발생 위험을 높인다.

어린이 및 임산부도 폭염에 취약하다. 신체 조절 기능이 성인보다 미숙하거나 신진대사가 활발한 어린이, 임산부 등 민감 계층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왜 이들은 폭염에 더 취약한가?

폭염은 단순히 ‘더운 것’을 넘어 인체의 온도 조절 시스템(시상하부)에 과부하를 일으킨다.

기온이 피부 온도(약 35℃)를 넘어서면 우리 몸은 외부로부터 열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이때 땀이 증발하며 열을 식혀야 하는데,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 심부 체온이 상승하고 장기 부전으로 이어지는 열사병이 발생할 수 있다 .

빈민가나 쪽방촌 등 냉방 장치가 없거나 전기료 부담으로 가동하기 어려운 주거 환경은 폭염 피해를 키우는 결정적 원인이다. 도심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밤에도 열을 뿜어내는 도시 열섬 현상은 야간의 신체 회복을 방해해 사망률을 높인다 .

◇극한 폭염, 어떻게 대비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행정안전부는 폭염중대경보 발령 시 ‘생존을 위한 3단계 행동수칙’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① 중단: 야외 활동 및 작업 즉시 멈추기.

가장 더운 시간대(오후 2시~5시)에는 실외 작업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단축 수업이나 휴교를 검토해야 한다 .

② 이동: 시원한 곳으로 대피하기

에어컨이 설치된 무더위 쉼터, 쇼핑몰 등으로 이동해야 한다. 실내 기온이 37 ℃ 이상일 때는 선풍기만 사용하면 오히려 탈수를 가속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에어컨을 사용하거나 시원한 물로 몸을 식혀야 한다.

③ 확인: 이웃의 안부 살피기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환자 등 취약 계층 이웃에게 전화하거나 방문하여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④ 기타 수칙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물을 자주 마시되, 카페인이 든 음료나 주류는 피해야 한다. 주차된 차 안에 어린이나 반려동물을 절대 혼자 두지 마십시오. 짧은 시간에도 내부 온도가 치명적으로 상승합니다 .

▲대구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지난 11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 상인들이 파라솔을 설치한 가운데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기적으로는 지붕에 차열 페인트를 칠하는 쿨루프(Cool Roof) 시공이나 도시 녹지 확충을 통해 주변 온도를 낮추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폭염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릴 만큼 인명 피해가 큰 자연 재해다. 사상 첫 중대경보가 발령된 만큼, 개인의 주의뿐만 아니라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둘러보는 공동체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