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도브로웬 플로트레 라이스테드에너지 수석부사장이 16일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2026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에서 기조강연하고 있다. 사진= 이원희 기자
정부가 2035년까지 해상풍력 설비를 25기가와트(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이상적인 시나리오에서도 15GW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해상풍력 확대를 위해 국내 공급망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와 전라남도는 16일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2026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날 기조강연에서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라이스테드 에너지의 알렉산더 도브로웬 플로트레 수석부사장은 풍력산업협회와 공동으로 작성한 한국 해상풍력 공급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기본 시나리오(Base Case)와 고성장 시나리오(High Case) 두 가지 전망을 제시했다.
기본 시나리오는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와 입찰 일정, 인허가 진행 상황 등을 반영한 전망이다. 고성장 시나리오는 인허가 절차가 빨라지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장애 요인이 최소화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그 결과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2035년 국내 해상풍력 누적 설치용량이 약 12GW, 고성장 시나리오에서도 약 15GW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정부 목표인 25GW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수치다.
플로트레 수석부사장은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고성장 시나리오보다 기본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공급망 구축을 위해 ‘국산화·사업성·경제성’ 간 균형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내 공급망 육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사업성과 경제성이 악화되고, 반대로 정부 지원을 줄이면 프로젝트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트릴레마(Trilemma)’로 표현했다. 트릴레마는 세 가지 목표나 선택지 중에서 어느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려 하면 나머지 하나가 약화되거나 포기해야 하는 ‘삼중의 딜레마’를 뜻한다.
대표 사례로는 그는 대만과 유럽 시장을 제시했다. 대만은 강한 국산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일부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지연됐고, 유럽에서는 최근 금리 상승과 비용 증가에도 지원 체계가 충분히 조정되지 않으면서 입찰 실패 사례가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전시회에선 다양한 국산 풍력 기술 선보여
▲유니슨 풍력터빈기 모형(왼쪽)과 씨에스윈드 풍력 타워 모형의 모습. 사진= 이원희 기자
이 같은 배경 속에 컨퍼런스 전시장에서는 풍력터빈, 타워, 하부구조물, 케이블 등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 기업들이 참가해 기술력을 선보였다.
터빈 분야에서는 국내 대표 풍력터빈 제조사 유니슨이 부스를 마련했다. 유니슨은 국내외 273기, 총 0.61GW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급 실적과 함께 육상풍력 1.97GW, 해상풍력 6.13GW 규모 사업 추진 계획을 소개했다. AI 기반 운영·유지보수(O&M) 기술도 함께 공개했다.
타워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풍력타워 제조기업인 씨에스윈드가 글로벌 공급 실적과 생산 역량을 전시했다. 하부구조물 기업 GS엔텍은 네덜란드 모노파일 전문기업 Sif와의 협력 관계를 소개하며 모노파일과 트랜지션피스(TP) 모형을 선보였다.
참가 기업들은 해상풍력 시장이 확대되더라도 터빈과 타워, 하부구조물 등 핵심 기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사업 지연과 정책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공급망 투자도 본격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풍력 개발사들이 살아나야 제조업체들도 함께 커질 수 있다”며 “정부에서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다울 오션에너지패스웨이 한국 대표는 이날 컨퍼런스 주제발표에서 “해상풍력을 지속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으로 진행했다면 시행착오가 더 적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