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학생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머리에 면 수건을 두른 채 메마른 들판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AP
올여름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80%까지 올라가면서 전 세계 이상기후와 식량·에너지 시장 변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폭염과 폭우, 가뭄 등 기후 이상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일 발표한 ‘엘니뇨·라니냐 전망’에 따르면 여름철(6~8월) 엘니뇨 발생 확률은 80%, 가을철(9~11월)은 90%로 예측됐다. 반면 중립 상태 확률은 각각 20%, 10%로 분석됐으며, 라니냐 재발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주일(5월 24~30일) 평균 엘니뇨 감시구역(니뇨3.4)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0도 높은 상태다. 적도 동태평양 수심 50~250m 구간 수온 역시 평년보다 높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엘니뇨 발달 과정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평가된다.
대기 흐름 역시 엘니뇨 발달 조건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적도 태평양에서는 대류 활동이 활발해졌고, 상공 약 1.5㎞ 부근에서는 서풍 편차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대기·해양 상태와 예측모델 분석 결과, 여름철 동안 엘니뇨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 동태평양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해수면 온도 편차가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면 엘니뇨로 판단한다. 통상 1.5도 이상이면 ‘슈퍼 엘니뇨’로 분류된다.
엘니뇨와 함께 전 세계 기온 상승 흐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WMO와 영국 기상청(Met Office)은 지난달 28일 공동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향후 5년간 전 세계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거나 이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2030년 전 세계 지표면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3~1.9도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2026~2030년 사이 2024년을 넘어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나타날 가능성은 86%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WMO는 2026~2030년 중 적어도 한 해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초과할 가능성을 91%로 전망했다. 5년 평균 기온 자체가 1.5도를 넘어설 가능성도 75%로 제시됐다.
또 중앙 열대 태평양의 5년 예측 평균 온도는 2027년과 2028년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높 분석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레온 헤르만슨 박사는 “올해 말 엘니뇨가 예측되고 있어 그다음 해인 2027년이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엘니뇨는 전 세계 기후 시스템을 흔드는 대표적 기후변동 요인으로 꼽힌다. 평소 동남아와 호주 쪽에 집중되던 따뜻한 해수와 비구름이 태평양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일부 지역에는 가뭄, 다른 지역에는 폭우와 홍수가 발생하는 식이다.
실제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남아·호주 지역은 가뭄과 산불 위험이 커지고, 남미 일부 지역은 폭우 피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쌀·밀·옥수수·대두 등 주요 곡물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제 식량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도 농축산물 수급과 물가 불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1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주요 농축산물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농식품부는 기상청이 올여름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폭염·열대야 증가를 전망한 데다 엘니뇨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여름철 농축산물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