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머스크만 대박?”…4600조 ‘테슬라·스페이스X 합병’에 숨겨진 위험 [이슈+]

“머스크만 대박?”…4600조 ‘테슬라·스페이스X 합병’에 숨겨진 위험 [이슈+]

▲사진=챗GPT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 합병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가 구상하는 초거대 기업의 탄생이 반드시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스페이스X의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와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또 양사가 합병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각각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언급했다. 특별위원회는 독립적인 이사들로 구성됐으며 머스크는 이해충돌 당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논의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사를 합병하는 데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양사 특별위원회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은 약 2조달러에 달하며 테슬라까지 합치면 양사의 기업가치는 총 3조5000억달러(약 4630조원)에 육박한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기업가치 기준으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합병이 이뤄지게 된다.

양사의 합병 가능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최근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이 오는 12월 3일 예정된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 이전에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사의 합병 논의가 최근 몇 주 사이 시작됐으며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인수하는 형태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합병 협상을 위한 자문을 받기 위해 투자은행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합병이 투자자들에게도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다.

▲(사진=로이터/연합)

◇ 머스크는 지배력 강화…주주들은 새로운 ‘위험 부담’

머스크는 AI와 로봇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면 테슬라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따라서 양사의 합병은 별도로 운영되던 기업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동시에 머스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머스크는 현재 테슬라 지분의 약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에서는 의결권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두 회사에 모두 투자한 딥워터 자산운용의 진 먼스터 설립자는 “머스크가 합병을 원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가능한 한 빨리 성사시키고 싶어 한다”며 “그는 콘퍼런스콜에서 합병이 좋은 생각이라고 세 차례나 언급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합병에 대한 지지를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경영상의 이점도 적지 않다. 현재 머스크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들은 여러 기업에 걸쳐 있어 투자와 기술 개발 과정에서 각각의 이사회와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합병이 성사되면 자금과 인력, 기술을 하나의 경영체계 아래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주주들 역시 새로운 성장산업에 투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테슬라 주주들은 스페이스X의 AI·스타링크·스타십 사업에, 스페이스X 주주들은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자율주행·휴머노이드 로롯 사업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반도체에 대한 투자 기회도 새로 얻을 전망이다. 현재 양사는 대규모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 테라팹을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이브스 요크빌아이브스 파트너 겸 선임 전무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모두에 이번 합병은 고민할 필요도 없을 만큼 당연한 선택이라고 본다”며 “주주들도 양사의 결합을 원할 것이다. 전략적 관점에서 이번 합병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 다각화가 반드시 투자 위험을 낮추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로이터는 기술적 위험은 물론 규제와 사업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광범위한 불확실성까지 투자자들이 떠안게 될 수 있다며 일부 사업의 위험 요인은 서로 직접적인 연관성조차 없다는 비판론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가령 테슬라의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투자했던 주주들이 합병 이후에는 우주개발 사업의 불확실성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토로의 조시 길버트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합병은 AI, 로봇, 전기차, 우주개발 등 머스크가 이끄는 모든 사업을 하나의 종목에 담는 것”이라며 “이는 매우 야심 찬 하나의 바구니에 지나치게 많은 달걀을 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사진=AFP/연합)

◇ 美·中 지정학적 충돌 우려…성장성 문제도 여전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도 합병에 따른 중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미국 국방부와 정보기관, 항공우주국(NASA) 등에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계약업체다. 반면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로이터는 이러한 사업 구조가 결합될 경우 미국 규제당국과 국가안보 관련 기관은 물론 중국 정부의 심사까지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사 파운더ETFs의 마이클 모너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스페이스X가 미국의 핵심 방산 계약업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테슬라의 중국 사업을 공식적으로 분리하거나 사업 운영과 정보 교류에 엄격한 차단 장치를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합병된 거대 기업의 성장성과 투자 부담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모두 AI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날 스페이스X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한 145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27억9100만 달러, 당기순이익은 44억4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와 직전분기 대비 대폭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AI 사업 매출이 75억6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830% 폭증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설비투자도 19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급증했다. 스페이스X는 올해 4분기에만 350억~4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테슬라 역시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가 25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그러나 로이터는 스타십과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위성통신 등은 모두 막대한 비용과 높은 기술적 난도를 수반하는 사업이라고 짚었다. 이어 양사가 합병한다고 해서 이러한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서로 다른 사업의 위험을 하나의 기업 안에 모으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합병을 둘러싼 주주들의 이해관계도 향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싱가포르 UOB케이히안의 케네스 고 이사는 “이번 합병은 머스크가 구상하는 세계의 미래상을 그려내기 위한 거대한 캔버스와 같다”면서도 “합병이 성사되면 테슬라 주주들은 로켓과 위성, AI 사업까지 보유하게 되지만 동시에 그러한 야망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금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머스크도 양사의 합병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부에서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는 지나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머스크는 합병이 성사되려면 투표에 참여한 테슬라 주주들의 단순 과반수가 아니라 전체 발행주식의 50%에 해당하는 찬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려면 주주들에게 합병의 경제적 이익을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며 머스크의 이해충돌 가능성과 의결권 구조, 자금 배분을 둘러싼 문제가 불가피하게 뒤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