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종전 선언, 시장 달래기”…美·이란 합의 가능할까 [이슈+]

“트럼프 종전 선언, 시장 달래기”…美·이란 합의 가능할까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가 임박했다며 중동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다만 미국과 이란 간 단기간 내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는 회의론도 제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시장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과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좋은 합의가 될 것”이라며 양국 간 후속 협상이 이번 주말 재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합의가 임박했다며 지난 7일 체결된 ‘2주 휴전’을 연장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필요하다면 연장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어 “이란이 거의 모든 것에 동의했다. 이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서명만 하면 된다”며 협상이 타결될 경우 파키스탄을 직접 방문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넘기는 데 동의했다고 주장했으며, 합의가 이뤄지면 호르무즈 해협도 재개방돼 원유 수송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러한 주장에 대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란 정부 역시 관련 내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전쟁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에 앞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중재로 성사된 이번 휴전은 미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 5시(한국시간 17일 오전 6시)부터 발효돼 열흘간 유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워싱턴DC 백악관으로 초청할 계획이라며 “양측 모두 평화를 원하고 있고,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사실상 전쟁 상태를 이어왔으며, 이번 휴전이 이란과의 광범위한 평화 합의로 이어질 경우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외교적 성과가 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2주간의 휴전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해왔다.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를 통해 종전이 임박했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싱크탱크 새첨하우스(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롭 마케어 위원은 “단기간 내 미국과 이란 간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은 시장 영향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협상의 성패뿐 아니라 군사 충돌 재개를 막을 수 있을 만큼 성과를 내느냐가 핵심”이라며 “그 자체는 가능하지만 이란 내부에서는 미사일 공격 재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어 상황은 거대한 치킨게임과 같다”고 덧붙였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걸프 국가와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과 이란 간 최종 합의까지 약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기간 동안 휴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걸프 국가들은 이란이 여전히 핵무기 개발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합의에는 우라늄 농축 금지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보유 제한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이란 1차 협상(사진=로이터/연합)

이란의 핵보유 금지는 미국과 이란의 최대 협상 쟁점으로, 지난 11일 열린 1차 협상이 결렬된 것도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입장 차이 때문이었다.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20년간 중단하고 비축된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3~5년 중단을 제시하고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의 최근 이란 방문 이후 2차 협상과 휴전 연장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고 밝혔지만, 핵 개발을 둘러싼 근본적인 이견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란 소식통들은 고농축 우라늄 일부를 해외로 반출하는 절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 역시 주요 쟁점이다. 파키스탄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해협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영구적인 휴전과 함께 향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재공격을 금지하는 유엔 차원의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마케어 위원은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국제 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하고 일정 기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타협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또 동결된 이란 자산 일부를 해제하고 이란의 석유 거래 제재를 일부 완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이란의 안보 보장 요구는 훨씬 복잡할 수 있다고 마케이 위원은 지적했다.

한편,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종전 기대감에 이날까지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