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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증선위, 시타델 HFT의 무엇이 문제란거냐?”…118억 과징금 항소심 첫 변론

▲서울 서초동 법원 청사 전경.

미국 시타델증권이 초단타 알고리즘 매매(HFT)로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로부터 118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건의 항소심 첫 변론이 16일 열렸다. 재판부는 증선위 측 대리인에게 “무엇을 문제 삼는지 명확히 해 달라”고 요구했다.

1심에서 시타델증권이 어떤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했는지 충분히 입증하지 못해 패소한 증선위 측은 2심에선 주장의 틀을 바꾸려 했다. 재판부는 그 차이가 무엇인지 따져 묻고, 1심이 증거가 없다고 본 부분을 위반구간별 데이터로 낼 수 있는지 답하라고 했다.

“오해 유발과 인위적 시세 형성, 분리되나”

서울고등법원 행정 10-1부 심리로 열린 이날 변론의 쟁점은 ‘증선위가 정확히 무엇을 위법으로 보느냐’였다. 증선위 대리인은 1심에서는 이 사건을 시세조종처럼 주장했지만 2심에서는 다르게 본다고 밝혔다. 실제와 다른 수급 상황을 노출해 투자자들의 오해를 불렀다는 것이 핵심이고, 그 대표적 수단이 ‘결합 주문’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사람들을 오해시켰다는 건 없는 상황을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의도적으로 뭔가를 만들었다는 내용과 분리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1심 서면부터 다 봤지만 피고가 무엇을 문제 삼는지가 명확하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증선위 대리인은 “즉답을 드리기는 조심스럽다”며 답을 미뤘다. 다만 재판부는 이런 반문이 미리 가진 심증 때문이 아니라 피고 주장을 이해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이 증거 부족으로 판단한 부분도 짚었다. 문제가 된 구간에서 매수 주문이 얼마나 쌓였는지, 반대매매로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자료다. 재판부는 금융감독원 증인이 표본 3건에서 반대매매 이익을 확인했다고 증언한 점을 들어 “통계를 내려면 개별 데이터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데이터가 없는 것인지, 시간이 걸리는 것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시타델 측 대리인은 증선위가 최근 서면에서 국가별 거래 비율을 비교하며 브라질·도쿄 자료를 뺐다고 반박했다. 시타델 대리인은 “일부만 체리피킹하듯 주장했다”며 반박 서면을 내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양측에 시타델 알고리즘이 수정된 내용과 수정 전후 실제 거래 양상의 변화를 사실관계 위주로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1심 “주문 방식 자체엔 합리성…구간별 증거 없어”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선위는 2023년 1월 시타델에 과징금 118억8000만원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 시타델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264개 종목, 6796개 매매구간에서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했다는 판단이었다. 적용 조항은 목적이 입증되지 않아도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조항(자본시장법 제178조의2)이다.

증선위가 문제 삼은 것은 시타델의 주문 방식이다. 시타델은 호가창에 나온 가장 싼 매도 물량을 즉시체결(IOC) 주문으로 한꺼번에 사들였다. 거의 동시에, 매도 물량이 사라져 빈 그 가격에 매수 지정가 주문을 걸었다. 이렇게 하면 매도·매수 호가가 함께 한 칸씩 올라간다. 이를 반복하면 주가가 계단식으로 오르고, 걸어둔 주문이 쌓여 매수세가 강해 보이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 증선위 판단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증선위 처분을 전부 취소했다. 재판부는 IOC 주문과 지정가 주문 모두 거래소가 허용하는 방식이라고 봤다. 둘을 함께 쓰는 것도 원하는 물량을 더 싸게, 위험을 나눠 확보하려는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정가 주문의 상당수가 2~3초 안에 취소됐다는 증선위 지적에 대해서는 해외 시장과 비교해 이례적이라는 근거가 없다고 했다.

1심의 핵심 판단은 ‘위반 구간별 입증 부족’이었다. 증선위가 위반구간별 정밀분석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핵심 증거는 조사 기준에 맞춘 수치를 정리한 데 그쳤다는 것이다. 법원은 시타델이 추세를 만들었는지, 이미 있던 추세에 올라탔는지도 구분되지 않는다고 봤다.

2심 관건은 ‘구간별 데이터’…과징금 산정도 ‘불씨’

항소심 재판부는 증선위가 이 사건을 조사한 뒤 작성한 처분서의 한 문구에도 주목했다. 지정가 주문을 ‘반복적으로 취소하거나 누적적으로 쌓은 뒤 단계적으로 취소했다’는 부분이다. 재판부는 이 내용이 최초 조사 기준에는 없었다며 왜 처분 사유에 들어갔는지 설명하라고 했다. 이것이 사실로 인정되면 인위적 시세 형성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증선위가 구간별 취소 데이터를 내놓을 수 있느냐가 2심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1심이 판단하지 않은 쟁점도 남아 있다. 시타델은 1심에서 같은 알고리즘으로 264개 종목을 거래했으니 위반행위를 하나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과징금 상한인 5억원을 넘을 수 없다는 주장도 함께 폈다.

증선위는 “부당이득금액 객관적 산출이 곤란”해 종목당 기준금액 3000만원에 264개 종목, 부과비율 150%를 곱해 과징금을 산정했다.

1심은 처분 사유 자체가 없다고 보고 이 부분은 다루지 않았다. 2심에서 결론이 뒤집히더라도 과징금 규모를 두고 다시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증선위는 다음 달 말까지 재판부 질문에 답하는 서면을 내야 한다. 다음 변론은 내년 1월 22일 열린다.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