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조 KEI컨설팅 전무가 10일 에너지경제신문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동 개최한 ‘AI 시대의 에너지법·정책과 ESG’ 세미나에서 기조강연하고 있다. 사진= 유병욱 기자
전력산업이 인공지능(AI)으로 계통 예측성·효율 향상 같은 가치를 높이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가 가치 창출 성과가 검증·보상되는 방향으로 전력시장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는 10일 에너지경제신문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AI 시대 에너지법·정책과 ESG’ 세미나에서 ‘AI 기반 전력산업 비즈니스 모델 전환과 기업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전무는 AI 데이터센터가 전력계통 측면에서 부하를 키우는 요인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과 정밀제어, 실시간 대응 가능한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AI 기반으로 예측과 제어를 실행해 거래 대상을 확장하고 발전·수요 예측을 정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발전부문의 운영 최적화와 예측 고도화 △송배전 관리체계 고도화 △개별 소비 최적화와 충방전 관리 △에너지 분야 유연성 시장 가치 강화와 가격 신호 체계 세분화 등을 제시했다. 이를 AI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자산가치와 유연성 가치, 고객가치 측면에서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하나의 가치를 중심으로 다른 두 가치를 필요에 따라 연결할 수 있다.
가령 비스트라(Vistra)는 노후한 마틴 레이크 발전소에서 AI를 활용해 열효율을 2% 향상시키고 환경과 피로도에 따른 발전소 생산 용량을 정밀 예측해 발전소라는 자산 가치를 제고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기상 예보와 과거 터빈 가동 데이터를 학습해 풍력 발전소의 36시간 뒤 발전량을 예측하고, 시간대별 공급약정을 하루 전에 권고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김 전무는 “전통적인 발전설비의 예측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새로운 전력시장 환경에서 AI를 활용해 얻을 수 있는 더욱 중요한 가치”라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을 예측 가능한 영역으로 전환해 재생에너지 발전의 가치를 제고하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력시장의 변화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업자나 고객이 활동하는 시장이 전력 공급 유연성과 신뢰성을 측정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김 전무는 강조했다.
전력 사업자가 AI를 적용해 자산이나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상품을 선보인다 해도 시장에서 이러한 가치를 뒷받침하는 거래 제도와 가격 결정 구조, ESG 성과 체계 등이 없다면 실제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소규모부터 대규모, 가상사업자(VPP)에 이르기까지 다수 사업자가 참여해 실시간으로 전력 공급에 대한 검증과 정산을 최종 책임질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전력 수요 충격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AI 데이터센터 건설사업이 중단되는 부작용을 해결하는 법과 제도도 절실하다고 김 전무는 강조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건설 가능한 기간이나 지역, 요건 등을 정해 사업자에 요구하는 역할을 정부가 맡아야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김 전무는 “고객 확보와 AI 기반 발전량 예측 시스템 구축 같은 건 사업자들이 할 일이지만, 시장에서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 체계는 정부가 받쳐줘야 한다”며 “시장 체계라는 무형(無形)의 인프라와 함께 AI에 쓸 데이터를 많이 이동시킬 유형(有形)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AI 활용으로 전력계통 안정화와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법제와 ESG 공시 제도의 필요성도 설파했다. ESG 체계를 매개로 AI 도입에 따른 성과를 입증해 사업 모델 확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가 기여한 탄소 감축 규모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외부 비용이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틀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력 거래와 관련한 데이터 확보와 제어, 정산 과정에 대한 계약 기반도 요구된다.
김 전무는 “국내에서도 곧 시행될 ESG 공시 제도에 AI의 ESG 가치 창출 기여 내용을 포함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구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AI가 만든 유연성·신뢰성·탄소성과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시장을 만들고, 시장 참여-거래 신뢰의 순서로 시장 제도를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