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E칼럼] 자원공기업 혁신, 일본은 했는데 우리는 못하는 이유

[EE칼럼] 자원공기업 혁신, 일본은 했는데 우리는 못하는 이유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이 지났지만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우리나라 3대 자원공기업의 혁신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원공기업의 혁신은 조직개편이 아니라 국가 에너지.광물 안보를 강화하면서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우리나라와 같은 자원빈국인 일본은 자원공기업에 대한 개혁에서는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례로 JOGMEC(조그맥)이다. 일본 정부는 2004년 석유,가스 분야와 금속 광물 분야의 기관을 통합해 조그맥을 설립했다. 이후 2012년 관련법 개정을 통해 기능을 더욱 확대했다.

통합 이전 문제는 기관별 업무 중복, 투자 판단 분산, 해외 자원개발 협상력 부족, 민간기업 지원 체계 미흡이었다. 하지만 통합 이후의 변화는 자원개발 컨터롤타워 구축, 해외 프로젝트 투자.융자.보증 기능 일원화, 기업들의 해외 진출 지원, 국가 차원의 자원안보 전략 수행이다.조그맥은 일본 정부와 민간기업 사이의 “자원개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일본 정부가 조그맥 설립을 통해 얻은 성과는 첫째, 에너지.광물 안보 강화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LNG 확보를 크게 확대했고, 중동, 호주, 동남아, 아프리카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뛰어 들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조그맥의 보증과 금융 지원을 활용해 대형 LNG 사업에 진출했다. 둘째, 민간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일본은 공기업이 직접 사업을 독점하지 않고 정부가 조그맥으로 그리고 민간 종합상사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를 구축해 실행했다. 사례는 미쓰비시, 미쯔이 등 종합상사와 INPEX(국제석유개발제석)가 해외 자원개발에 참여했다. 셋째, 위험 분산 체계를 구축했다. 해외 자원개발은 성공 확률이 낮고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따라서 일본은 정부 보증, 정책 금융, 탐사 및 기술 지원 등의 체계를 통해 민간기업의 위험을 줄여줬다. 넷째,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 성과다. 일본은 최근에는 석유보다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우라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다. 물론 일본도 해외 자원개발에 있어 실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해외 광산 투자 손실과 자원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손, 정부 재정 부담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정치 논란에 따른 무리한 투자를 상대적으로 적게 하고 전문가 중심의 투자 심사를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명확하다. 우리 자원공기업이 가야할 길은 단순히 수익을 내는 공기업이 아니라 국가 에너지안보와 핵심광물 확보를 책임지는 전략기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정권마다 공기업 혁신을 말하면서 구체적 실행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 몇가지를 지적한다면 첫째, 해외 자원개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석유, 가스, 우라늄과 리튬, 니켈, 구리, 희토류 등 에너지와 핵심광물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이들 에너지, 광물 확보는 단순 지분 투자보다 직접 운영 역량 확대가 중요하다. 또한 자원부국과 중장기 공급 계약 체결도 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원 확보는 경제안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공기업이 위험성이 큰 초기 탐사를 담당하고, 개발 단계부터는 민간이 참여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예를들어 배터리, 철강, 반도체 기업과 혐력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둘째, 방만 경영을 개선해야 한다. 중복되는 조직 통폐합과 성과 중심 보상 체계 등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자산에 대한 정기적 가치 평가를 하며 투자 실패에 대해선 분석을 통해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AI 기반의 자원개발이다. 세계 주요 에너지 및 광산 기업들은 이미 AI 기반 탐사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국가 에너지, 자원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일본의 조그맥처럼 자원 안보를 총괄하는 기관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산업통상부가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업공단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전과 5개 발전공기업, 한수원을 관리하는 이원화 체계에 있어 제각기 역할이 분산되어 있다. 다섯째, 에너지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석유, 가스 뿐만 아니라 우라늄, 리튬, 니켈, 코발트, 구리 등의 핵심광물 확보를 강화해야 한다. 여섯째, 국가 차원의 자원 안보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 공기업과 민간기업, 연구기관 간 협업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또한 해외사업과 자원외교가 연계되어야 하며, 핵심광물 비축도 더 확대돼야 한다. 특히 집중해야 할 분야는 향후 20~30년 동안 에너지.광물 안보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우라늄, 천연가스, 리튬, 니켈, 구리, 희토류의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원전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우라늄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참여하는 해외 우라늄 광산개발 연합팀을 가동해 확보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종합하면 과제 해결은 정부의 의지다. 기업들의 해외 광산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쇼는 “정권 리스크”이다. 자원정책이 정권 교체때마다 냉온탕을 오갔던 트라우마 때문이다. 지금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다음 정권에서 기조가 바꿔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 몫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업계의 우려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정부가 통제 가능한 자원공기업부터 제대로 혁신해야 한다.

bienn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