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켜줄 테니 돈 내라”…트럼프 ‘20%’ 통행료 가능할까 [이슈+]

“지켜줄 테니 돈 내라”…트럼프 ‘20%’ 통행료 가능할까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서 통행료를 받겠다고 선언하자 실현 가능성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있든 없든 계속 개방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란 선박, 그리고 이란과 거래하는 선박의 항해를 막는 이란 봉쇄를 재개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다른 모든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공정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며 “미국은 지금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만 공정성 차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이 지역의 안전과 보장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화물에 대해 20%를 보상받을 것”이라며 “관련 절차와 체계 구축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확보해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료 형태로 징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이 국제법적 정당성과 현실성 모두에서 적지 않은 의문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해양전략센터(CMS)의 존 맥카운 선임연구원은 “무엇보다도 먼저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미군의 보호) 이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글만으로는 통행료 산정 방식이 전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해상 봉쇄 비용을 선박들이 나눠 부담한다는 의미인지, 미 해군이 상선을 호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20%를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운송되는 화물 가치의 20%를 부과한다는 의미인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어떤 방식이든 실제 부과되는 비용이 너무 높아 결국 이를 부담하려는 주체는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맥카운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화주들이 운송회사에 지급하는 운송비는 화물 가치의 2~3% 수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수준은 기존보다 약 10배에 달해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보험사들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주가 트럼프 행정부의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선박에 대한 보험 인수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행료 구상은 국제법적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법상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이 인정되는 국제수로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해협의 수로가 특정 국가의 영해에 속하더라도 연안국의 주권보다 ‘통과 통항권’이 우선한다. 선박이 통과를 목적으로 중단없이 신속하게 항해하는 것을 방해할 경우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

협약은 단순히 해협을 통과한다는 이유만으로 통행료를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도선사 안내나 구조, 기뢰 제거 등 특정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이 채택되기 전부터 공해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국제관습법도 존재했다.

미국 역시 그동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부과하려 할 때마다 이러한 국제법과 국제관습법을 근거로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종전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붕괴되고 전쟁 재개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이 오히려 통행료를 받겠다고 나서면서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국제법에 위반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미 해군대학의 제임스 크라스카 국제해양법 교수는 이란이 과거 부과했던 비용은 사실상 통행료였으며 국제법상 허용되지 않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이 선박들을 호위해 통과시켜 줄 테니 원하는 선박은 비용을 내고 호송에 참여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크라스카 교수는 화주들이 비용을 지불해 미국의 호위를 받을지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 통행 자체를 조건으로 강제 요금을 부과하는 것과는 달라 국제법에 부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합법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바람직한 정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